임신하고 나서 가장 당황했던 증상 중 하나가 바로 배와 다리의 가려움증이었어요.
처음엔 "피부 건조해서 그런가?" 싶었고,
크림을 듬뿍 발랐지만 그때뿐,
밤마다 긁게 되고 자고 나면 상처가 나 있고,
하루가 다르게 더 심해지더라고요.
나중에 알게 된 건 이게 단순한 건조함이 아니라
‘임산부 소양증’, 의학적으로는 **임신성 소양증(Pruritus of Pregnancy)**이라는 증상이라는 거예요.
임신한 여성의 약 20% 이상이 겪을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증상이고,
특히 **임신 후기(28주 이후)**에 더 자주 나타난다고 해요.
그리고 저도 정확히 30주쯤부터 이 가려움에 시달렸죠.
가장 흔한 부위는 배, 가슴, 허벅지 안쪽, 팔, 등, 엉덩이예요.
이 부위들은 피부가 늘어나면서 피부 장벽이 약해지고,
호르몬 변화로 인한 간 기능 저하, 담즙산 증가, 혈류 순환 변화 등이 원인이 된다고 해요.
특히 밤에 더 가려운 건 체온이 올라가면서 피부 민감도가 높아지는 탓이라고 하더라고요.
저는 밤마다 자다가 몇 번씩 깨서 긁었고,
복덩이 때문에 자세도 불편한데 가려움까지 겹치니
진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너무 힘들었어요.
그래서 병원에 상담하러 갔는데
심하지 않다면 보습 위주로 케어하고, 심할 땐 외용제나 항히스타민 처방도 가능하다고 하셨어요.
그때부터 제가 실천한 건 세 가지예요.
첫째는 보습 강화.
평소보다 훨씬 자주, 특히 샤워 직후 3분 안에 보습제 바르기.
크림보다는 로션 + 오일 조합이 훨씬 낫더라고요.
센텔라, 판테놀, 세라마이드 성분 있는 걸로
끈적이지 않으면서 진정효과 있는 저자극 제품 위주로 바꿨어요.
둘째는 샤워 습관 바꾸기.
뜨거운 물로 오래 샤워하면 오히려 더 건조해지고 가려움 심해져요.
미지근한 물로 짧게, 때밀이 금지,
순한 바디워시로 부드럽게 닦고 바로 물기 닦은 뒤 보습.
이 패턴만 바꿔도 훨씬 덜 가렵고 밤에 긁는 횟수가 줄었어요.
셋째는 수면 환경 조절.
면 소재 잠옷 입고, 통기성 좋은 침구로 교체했어요.
그리고 자려고 누웠을 때 가려운 부위에
젤 타입 진정크림이나 알로에겔을 살짝 바르고 자면
그래도 잠드는 데 도움이 됐어요.
심하면 찬 물수건을 살짝 올려두는 것도 진정에 도움 됐고요.
다만, 전신이 심하게 가렵고 손바닥·발바닥까지 가렵거나, 황달(눈이나 피부가 노래짐), 소변색이 진해지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
**임신성 간염(ICP)**일 수 있으니 꼭 병원 진료 받아야 해요.
저는 다행히 그런 증상은 없어서 생활 관리로 잘 지나갔어요.
결국 이 증상은 출산하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
출산 전까지는 꽤 길고 불편한 동반자가 될 수 있어요.
그래서 괜히 참지 말고,
**“내가 예민해서가 아니라, 임신 중 나타날 수 있는 피부 반응”**이라는 걸 알고
조금만 일찍 대처하면 마음도 한결 편해져요.
임신은 몸이 아기를 위한 공간으로 변화하는 여정이고,
그 과정에 작은 SOS들이 이렇게 나타나는 거니까요.
가려움 하나에도 이유가 있고,
조금만 더 보살피고, 쉬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훨씬 나아질 수 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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